파킨슨병 환자에게 있어서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며 기본적인 치료방법입니다. 파킨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은 환자의 하루 일과 및 환자의 운동능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정확한 용량과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에 따른 약물의 장단점 및 기대효과, 환자의 생활능력 및 활동정도를 고려한 체계적인 치료와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질환에 대한 이해와 환자지원 그리고 치료를 위한 환자의 의지를 고취할 수 있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적인 투약을 위해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들은 증상에 대한 일기 및 투약 시간표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은 도파민의 감소에 의해 나타나므로, 파킨슨병약제는 주로 신경전달물질인도파민 관련 약제들이며 레보도파제제, 도파민효현제, 마오비억제제, 콤트억제제, 항콜린제, 아만타딘 등이 있습니다. 항파킨슨제를 사용할 때는 항상 급성 및 장기 투여에 따른 지연 부작용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치료 전에 병의 진행 정도, 환자의 나이와 직업을 등을 고려하여, 주 증상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고 조합하여 적정량을 투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제를 선택하는 일반적인 원칙은 


🔹 직업 활동과 보행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고,

🔹 환자의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는 주증상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며,

🔹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제가 있다면 초기부터 사용해야 한다는것입니다.


또한 파킨슨약제의 과도한 사용이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레보도파 제제에 대한 부담감(“levodopa phobia” 초기에 도파민제제를 사용하면 병이 악화된다는 생각, 현재 대부분의 연구에서 일정량의 도파민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병을 악화시키지 않음이 검증됨)으로 필요 양보다 적은 용량을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레보도파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제로 파킨슨병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제입니다. 레보도파는 병의 진행 자체를 악화시키지 않으며 초기단계에서도 일정 용량 이하로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부작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레보도파는 공복 시에 잘 흡수되고, 반면에 음식물 중 특히 단백질은 레보도파가 흡수되는 십이지장에서 경쟁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레보도파의 체내 흡수를 저하시킵니다. 따라서 음식을 섭취하기 전이나 식사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 레보도파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레보도파는 운동완만과 경축에 가장 효과적인 약제이지만, 떨림에 대해서는 환자에 따라 반응정도가 다양합니다. 경구 복용 후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레보도파의 형태로 뇌 안으로 도달해야 합니다. 체내에서 레보도파가 도파민으로 먼저 대사되면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여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말초조직에서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대사시키는 방향아미노산디카르복실라제(도파민디카르복실라제) 효소를 억제하는 약제, 즉 카비도파 혹은 벤세라지드와 같은 약제를 레보도파와 함께 투여하게 됩니다. 

또한 이를 통해 뇌에 흡수되기 전에 체내에서 대사되는 도파민으로 인한 구역, 구토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시네메트, 퍼킨(레보도파 + 카비도파), 마도파/명도파(레보도파 + 벤세라지드), 스타레보, 트리레보(레보도파 + 카비도파 + 엔타카폰) 등이 있습니다. 

최근 구강으로 복용하는 레보도파제제 외에도 설하, 점막 스프레이, 소장내 주입하는 젤형태(듀오도파) 등의 새로운 형태의 제형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파민효현제 시냅스후도파민수용체를 직접 자극하는 약제로서 도파민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독요법 혹은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보도파보다 약효는 약하지만 작용시간이 더 길며(6시간이상), 레보도파의 복용량을 줄여서 질환의 후기에 발생하는 이상운동증의 발생을 줄이고 발생시기를 또한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약제는 프라미펙솔/프라펙솔(일반형과 서방형), 로피니롤(일반형과 서방형), 로티고틴(파스제형) 등이 있습니다.


마오비억제제 뇌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을 대사시키는 효소인 모노아민산화효소B를 선택적으로 억제하여 도파민이 더 오랫동안 작용할 수 있게 합니다. 국내에는 셀레질린(마오비, 유맥스), 라사질린(아질렉트), 사피나마이드(에퀴피나) 등이 있습니다. 장, 단기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초기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투여하기에 좋으며,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에서 레보도파와 병행 투여하면, 복용하고 있는 레보도파제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오비억제제는 병의 진행에 관련된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항콜린제 뇌의 아세틸콜린을 억제하는 약제로 떨림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축에도 약한 효과가 있으나, 운동완만에 대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약제로는 트리헥시페니딜, 프로사이클리딘, 벤즈트로핀 등이 있습니다.


콤트억제제 뇌로 흡수되기 전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전환시키는 콤트(COMT, catechol-O-methyltransferase)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서 더 많은 레보도파가 뇌에 전달되도록 도와주는 약이며 파킨슨약의 효과가 짧아지는 약효 소진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제로는 콤탄, 온젠티스, 그리고 레보도파와 합쳐진 제제(스타레보, 트리레보 등)가 있습니다.

아만타딘 원래 항바이러스제의 일종이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고 항콜린효과 및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을 조절하는 효과로 부분적인 파킨슨병 증상의 개선과 병의 진행시 발생하는 이상운동증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만타딘은 주사약제로도 사용이 가능하여 파킨슨병 환자의 급격한 악화 혹은 수술 등으로 파킨슨병 약제를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레보도파를 초기에 사용하거나 많이 사용하는 경우 병의 진행을 악화시킨다는 믿음(Levodopa phobia)을 가지고 있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레보도파의 투약시기는 병의 진행과는 무관하며 일정량 이하로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 이상운동증의 발생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파킨슨병 환자가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감은 있으나 어려움이 많지 않다면 레보도파의 시작을 좀 더 미루고 도파민작용제, 항콜린제, 아만타딘, 아질렉트/사피나마이드 등을 우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 및 사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증상이 있다면 레보도파 사용을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젊은 환자에서는 장기간 약물을 사용해야 하므로 도파민작용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떨림이 심한 경우는 항콜린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노인 환자는 도파민작용제 및 항콜린제의 부작용이 젊은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레보도파 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모든 약제의 선택은 단순히 연령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분의 육체/정신의 건강상태, 생활능력, 그리고 병의 단계를 고려하여 약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가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현재까지 레보도파제제 보다 효과적으로 파킨슨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없으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용량의 레보도파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주저하면 안 됩니다. 파킨슨병 초기단계에서는 도파민 관련 약물에 의해 안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파킨슨병이 진행된 단계에서는 파킨슨병 약물의 효과가 짧아지는 약효소진현상과 몸이 불수의적으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하고, 이는 환자 삶의 질을 저하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병이 진행한 단계에서는 약물의 종류와 약물의 강도 선택에 매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