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진단
대부분 파킨슨병은 진찰을 통해 진단하지만, 확진은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병의 특징적인 증상들인 안정 떨림, 운동완만, 근육의 경직, 자세 불균형, 보행 장애 등이 의심되면,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며 이러한 증상들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 수년간 증상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합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파킨슨병 임상진단기준은 MDS PD Criteria에서 정한 기준을 사용합니다. 이 진단기준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운동완만(자발적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느림, 그리고 반복적인 동작을 할수록 운동의 속도, 진폭이 점점 느려지는 양상) 증상을 반드시 포함하여 안정시 떨림 혹은 근육의 경직이 적어도 하나 이상 있어야 합니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도파민 관련 약제 투여시 명확하게 증상의 호전이 있는 경우, 레보도파 유발 이상운동증이 있는 경우, 환자 진찰시 사지의 안정시 떨림이 있는 경우, 후각기능이 감소하였거나 혹은 심장의 교감신경기능을 평가하는 MIBG(123I-metaiodobenzyl-guanidine)스캔에서 이상소견을 보이는 경우 더 정확해 집니다. 그리고 파킨슨의 증상을 보이더라도 소뇌기능의 이상, 하방안구운동 장애, 초기에 뚜렷한 인지장애가 발생, 실행증이 동반되는 경우, 초기부터 보이는 삼킴장애 혹은 말어눌함, 흡기성 호흡장애, 초기부터 발생하는 심한 자율신경계 이상, 자세불균형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넘어지는 경우, 고용량의 레보도파 투여에도 반응성이 없는 경우는 파킨슨증후군을 시사하게 됩니다.
파킨슨병에서는 다양한 비운동증상들이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운동증상이 생기기 이전부터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후각 저하, 변비, 렘수면행동장애(꿈 내용대로 잠꼬대를 크게 하거나 움직임), 우울증 등이 파킨슨병 운동증상보다 선행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비운동증상들입니다. 하지만 운동증상이 생기기 전에 발생한 비운동증상만으로 파킨슨병을 진단하기에는 민감도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도파민성 세포의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가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 단층 촬영인데, 파킨슨병 때문이 아닌 다른 원인들에 의한 이차성 파킨슨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물 유발성 파킨슨증, 혈관성 파킨슨증, 알츠하이머병에서 동반되는 파킨슨증상, 본태성 진전에서 동반되는 경한 파킨슨증상의 경우, 언뜻 봐서는 파킨슨병의 증상인 떨림, 운동 완서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 단층 촬영을 하면, 도파민성 신경세포는 정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킨슨병의 증상 정도를 구분하거나 파킨슨병과 다른 비정형성파킨슨증후군과의 감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파킨슨병과 비정형파킨슨증후군의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환자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증상의 진행과 파킨슨약물에 대한 반응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감별해야 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뇌자기공명영상 (MRI) 소견이 구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어, 포도당 양전자 단층 촬영이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퇴행성 이외에 다른 원인에 의한 파킨슨증을 배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파킨슨증을 일으키는 항구토제나 장운동 개선제, 항뇌전증약, 항정신병약 등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내과적 질환의 경우, 전신 위약감을 일으키면서, 파킨슨증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다른 내과적인 질환에 대한 검사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과 질환이 뇌에 영향을 미치면서 파킨슨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간경화를 오래 앓은 경우에, 간성 뇌병증이 발생하면서 파킨슨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유사 질환들과 구분을 위해, 뇌 MRI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MRI가 정상소견인 반면에 다른 질환들은 특징적인 MRI 소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상압뇌수두증, 혈관성 파킨슨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이 있으면, 뇌실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뇌를 압박하면서 보행장애, 요실금, 기억력 장애 등을 보일 수 있어서 파킨슨병과 구분이 필요합니다. 뇌혈관 위험인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담배, 술 등)를 가진 경우에, 뇌 안에서 무증상 뇌경색들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무증상 뇌경색들이 반복해서 많이 생길 경우 보행장애, 치매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